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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네스 미술칼럼27)쓰레기로 버려진 가로등, LA 빛으로 탄생하다 <어반 라이트>

작성일
2026-02-22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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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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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 년 만에 다시 찾은 LA 카운티 뮤지엄(라크마LACMA, The Los Angeles County Museum of Art)는 변한 것도 있고, 변하지 않은 것도 있었다. 부모님과 함께 미국 서부 여행을 하며 그랜드 캐니언과 라스베이거스를 지나 LA를 방문했던 소중한 추억이 있다. 부모님은 평생 두고두고 기억하실 만큼 즐거워하셨다. 그때 어린 아들이 미술관 주변에서 부산하게 뛰놀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 추억 속 장소는 여전히 정겨웠지만, 입구 주변은 많이 달라져 있었다. 특히 수십 개의 가로등이 눈에 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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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 버든(Chris Burden) 어반 라이트(Urban Light) 2008 주철 골동품 가로등 814.07 x 1743.71 x 1789.43cm





라크마는 ‘천사의 도시’ LA를 대표하는 미술관으로, 미국 동부의 대표 미술관인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이 1870년에 문을 연 것에 비해 훨씬 늦은 100여년이 지나서 1965년에 개관했다. 즉, 미서부에서 명실공히 ‘미술관다운 미술관’으로 자리 잡은 최초의 기관이다. 이후 1997년 문을 연 게티 센터와 함께 LA를 대표하는 양대 미술관으로 성장했다.

라크마는 약 15만 점에 달하는 방대한 컬렉션을 소장하고 있으며, 고대 예술에서 현대 미술까지 다양한 시대와 장르를 아우른다. 각 대륙의 작품은 물론 한국 최대 교포의 도시 답게 한국관도 크게 자리 잡고 있다. 세계 각국의 미술을 한 곳에서 긴 호흡으로 감상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라크마 입구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바로 크리스 버든(Chris Burden)의 설치 작품, <어반 라이트(Urban Light)>이다. 이 작품은 LA를 상징하는 랜드마크이자, 낮과 밤 모두 멋진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 스폿으로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도시를 찾는 방문객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들르는 인기 명소이다.

<어반 라이트>는 2008년에 완성되었지만, 그 탄생 과정은 단순하지만은 않다. 번든은 먼저 1920~30년대 남부 캘리포니아에서 사용되었던 주철 가로등을 찾아 나섰다. 그 시작은 소소했다. 그는 벼룩시장에서 한두 개의 오래된 주철 램프를 발견했다. 그 독특한 장식과 견고함에 매료되었다. 단순히 오래된 물건으로서의 가치를 넘어, 당시 도시를 밝히고 시민들의 안전을 지켜주던 기능적 아름다움이 사로잡았다.

이후 약 7년에 걸쳐 버든은 다양한 종류의 가로등을 수집하고 복원했다. 총 17종류, 높이와 장식이 각기 다른 가로등들이 모았다. 그는 이를 철저히 연구하여 각 가로등이 가진 형태적 아름다움과 역사적 의미를 살렸다. 모든 주철 장식은 중립적인 회색으로 칠해, 개별적인 장식보다는 전체 구조와 빛의 효과가 자연스럽게 드러나도록 했다. 결과적으로, 202개의 가로등이 모여 하나의 거대한 설치 미술 작품이 되었다.

Urban Light



수집한 가로등들은 단순한 장식물이 아니다. 과거 도시 문명의 흔적이자 역사적 기록이다. 20세기 초반 캘리포니아의 거리를 밝히며 사람들의 일상을 안전하게 지켜주던 이 가로등은, 오늘날 예술 작품으로 재탄생하며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매개체가 되었다. 낮에는 견고한 회색 주철이 가진 질감과 형태가 관람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밤에는 각 가로등에 설치된 조명이 황혼에서 밤까지 거리를 아름답게 밝혀, 마치 도시 전체가 한 편의 조형물처럼 변신한다.

이 작품의 의미는 단순히 시각적 아름다움에만 머물지 않는다. <어반 라이트>는 시간과 장소, 문화적 기억을 담은 ‘빛의 기록’으로 볼 수 있다. 주철 가로등이 설치되던 1930년대 도시는 빠르게 발전하면서 현대 문명화와 안전을 상징했다. 그 기억은 오늘날 관람객이 작품을 마주하며, 과거 도시의 삶과 사람들의 발걸음을 상상하게 만든다. 빛을 통해 과거의 정서와 오늘의 도시가 연결된다. 작품은 단순한 조명이나 조형물에서 벗어나 역사적, 문화적, 정서적 경험을 제공하는 매개체가 된다.

또한 이 작품은 수집과 복원의 예술적 가치를 강조한다. 오래된 가로등이 그냥 오래된 채로 남았다면 단순한 골동품이나 쓰레기에 불과했을 것이다. 하지만 버든은 수집한 가로등 하나하나의 의미와 장식을 연구하고, 형태와 높이를 고려하여 새로운 배열을 설계했다. 단순히 옛 것을 재현한 것이 아니다. 과거의 역사적 흔적을 현대적 맥락 속에서 재해석하고 조형적 완성도를 높였다. 그 결과, 각 관람객이 보는 위치와 시간대에 따라 빛과 그림자가 달라진다. 작품은 매 순간 새로운 경험을 제공한다.

Urban Light

오늘날 <어반 라이트>는 LA를 대표하는 랜드마크이자, 사진 명소로도 유명하다. 하지만 그 가치는 단순한 사진 포인트를 넘어선다. 오래된 가로등을 수집하고 복원해, 오늘날 관람객이 과거와 현재를 동시에 느낄 수 있는 현대 설치 예술이 된 것이다. 황혼부터 밤까지 불을 밝히는 가로등 사이를 걸으면, 단순히 미술관 입구를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시간과 공간을 넘어선 문화적 여행을 경험하게 된다.

결국 <어반 라이트>는 과거와 현대가 만난 예술 작품이다. 버려진 골동품 가로등이 수집과 복원을 거쳐 다시 빛을 얻고, 그 속에 담긴 도시와 사람들의 이야기가 관람객에게 전해진다. 라크마 입구의 가로등들은 단순한 조명이 아니라, 빛으로 기억을 담아내는 조각품이자, 역사를 오늘로 불러오는 현대 미술의 아름다운 사례라 할 수 있다.

현재 태양열로 구동되는 모든 가로등은 여전히 불을 밝히며 과거를 회상케 한다. 라크마의 문전에서 매일 황혼 무렵에 불이 켜져 밤 10시까지 거리를 밝힌다. 가로등이 불을 밝히는 시간을 '빛으로 지붕을 이루는 건물로 변신한 조각품'이라고 버든은 말한다.
전체 20

  • 2026-02-22 20:15

    한때 태평양 연안 오래곤에서 캘리까지 서부 해안가를 밝히던 주철 램프 가로등은 현대식으로 교체되면서 쓰레기가 됩니다. 100여년전 가로등은 LA카운티 뮤지엄 입구에서 빛으로 부활합니다. 크리스 버든의 <어반 라이트>가 있는 이곳은 최고 명소로 거듭나며 현재 수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입니다.

    사람이 가장 많은 시간은 늦은 오후부터 밤으로 주말 저녁이 가장 붐빕니다. 가로등 사이에서 걷거나 앉아서 사진 찍는 것이 가장 인기에요. 많은 SNS에 인생샷으로 남기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조금 일찍 가서 낮의 가로등과 밤의 조명을 모두 즐기시는 것이 포인트입니다~~


  • 2026-02-23 02:51

    어반 라이트는 로스앤젤레스의 대표적인 아트 스팟으로, 낮보다 밤에 더욱 빛나는 공간이에요. 수십 개의 빈티지 가로등이 질서정연하게 배치된 모습은 단순히 아름답다는 말로는 부족할 만큼 인상적이죠. 밤이 되면 조명이 켜지면서 로맨틱한 분위기가 더해져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로도 인기가 많습니다. 사진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최고의 포토존이며, 가족, 친구, 혹은 혼자서 방문하더라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매력을 가지고 있어요. 주변의 LACMA와 함께 둘러보면 더욱 풍성한 경험을 할 수 있어 하루를 특별하게 보내기에 적합한 곳이랍니다~~ 이곳은 단순한 예술 작품을 넘어, 방문객들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하는 특별한 공간이에요. 이렇게 작가님께서 특별하게 칼럼에도 써 주시니 반가움이 먼저 앞서네요^^


    • 2026-02-23 03:10

      라크마를 문전에 멋진 작품이 설치되어 있어서 깜짝 놀랐어요. 오후에 방문하셔서, 라크마 보시고 해질 녘에 이 작품을 감상하는 것이 포인트입니다. 무료입니다ㅎ
      예술의 기능은 여러가지 입니다. 이처럼 잊지 못할 추억을 남겨 주는 것도, 작품과 일체가 되어 경험을 나누는 것도 포함됩니다.


  • 2026-02-23 03:00

    어반 라이트는 오래된 가로등을 수집하고 복원해, 오늘날 관람객이 과거와 현재를 동시에 느낄 수 있는 현대 설치 예술이 된 것이다. ---> 단순히 조명이 예쁜 사진 스팟인줄 알았는데 이런 의미가 있었네요.

    결국 <어반 라이트>는 과거와 현대가 만난 예술 작품이다. 버려진 골동품 가로등이 수집과 복원을 거쳐 다시 빛을 얻고, 그 속에 담긴 도시와 사람들의 이야기가 관람객에게 전해진다. ---> 매번 지날때마다 그저 근사한 조형물인줄만 알았어요. 작가의 숨겨진 의미를 알게되어서 좀 놀랐어요.

    현재 태양열로 구동되는 모든 가로등은 여전히 불을 밝히며 과거를 회상케 한다. ---> 왜이렇게 전기세를 낭비할까 의심했던 적이 있어요. 무지한 제 자신을 반성하게 되네요. 무심코 지나쳤던 장소에 이런 의미가 숨어 있었다니 참 재밌는거 같애요!


    • 2026-02-23 03:27

      미술관에 걸려서 감상의 기능을 하던 작품은, 현대로 오면서 이렇게 거리로 나와 적극적으로 관람객과 소통을 합니다.
      그냥 칙칙한 가로등이 왜 라크마의 대표작인지 여러 번 가서 봐도 그런가 보다 했어요.

      100년전 주철 램프 가로등은 점차로 알루미늄이나 강철 등으로 교체되면서 고물로 페기 됩니다. 작가는 골동품 상점에서 수집하여 멋진 작품으로 탄생시킵니다.

      쓰레기와 환경 문제로 몸살을 앓는 지구가 걱정인데, 재활용으로 100여전의 추억도 담고, 태양열로 구동 되는 정말 많은 의미를 담은 작품입니다.
      현대 예술가들이 고민하고 풀어야 할 당면 과제를 멋지게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 2026-02-23 03:10

    아, 보기만 해도 힐링되네요. 한번 가보고 싶어요.


    • 2026-02-23 03:30

      네 ~ 저녁 드시고 산책 삼아 다녀 오셔도 좋아요.
      LA 관광객들이 빼 놓지 않고 들리는 투어 리스트 코스 중 한 곳입니다.


  • 2026-02-23 03:16

    이름 그대로 깜깜한 도심속 한줄기 빛같은 느낌이에요! 사진이 전부이지만 웨딩사진을 찍을 정도로 예쁜 배경입니다

    8ad97043-8ec7-41b7-a002-b377147eec52.jpeg


    • 2026-02-23 03:33

      미국 도시가 그렇게 밝지가 않은데, 여기는 정말 반짝이죠 ㅎ
      빛 때문에 노란색으로 보이는 기둥이 운치 있고 멋지네요. 낮에 보면 회색입니다.


  • 2026-02-23 03:36

    LA뮤지엄 광장에 멋진 조형물 정도로 생각했는데 크리스 버든이라는 작가의 설치 작품이었군요. 그것도 버려진 가로등을 친환경적으로 재활용한 복원 예술이라니 그저 스쳐지나면서 예쁘다고만 생각이 들었네요.


    • 2026-02-23 03:48

      예술은 정말 아는 만큼 보입니다. 모르고 지나치는 작품 이야기를 알고 나면 작품이 다르게 보입니다.
      더 친숙하고 가깝게 다가 옵니다.
      댓글님이 이 작품은 다시 볼 때, 100년전 저 가로등은 누구를 밝혀주고 어느 거리에 있었나를 한 번 상상해 보세요 ~~
      202개의 가로등은 저마다 사연이 있지 않을까요.


  • 2026-02-23 04:51

    LA는 날씨만 좋은 것이 아니라 가로등 불빛만으로도 낭만이 넘치는 곳이군요. 집값이 비싼 이유가, 은퇴지로 각광받는 이유가 다 있겠지요. 부럽습니다.


    • 2026-02-23 17:04

      환경 조건에서 날씨 만한 게 없죠 ㅎ
      사계절 날씨 변화도 나름 재미있어요~


  • 2026-02-23 09:39

    예전에도 멋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봐도 멋지네요~~


    • 2026-02-23 17:20

      작품 하나가 주는 효과가 참 큽니다.
      피렌체에 광장에 서 있는 미켈란젤로의 (원본은 아카데미아 미술관) 다비드 상도 멋있지만 라크마의 아반 라이트도 명물입니다.

      작품 없던 2008년 이전과 이후의 라크마는 많은 다릅니다. 가로등 덕분에 주변이 환기되며 많은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역활을 하죠.


  • 2026-02-23 14:10

    딸이 야외결혼사진을 찍는데 여기서 찍었더라고요.
    사진사가 추천한 곳인데,
    예쁘게 사진 잘 찍었다고 말했는데,
    저도 곧 방문해 보겠습니다.
    설명과 정보 감사해요.


    • 2026-02-23 17:03

      제 딸도 여기서 찍었어요 ㅎ 친구들이 하나같이 추천했데요. 무슨 영화 속 작품처럼 나왔어요. 아주 이뻐요 배경하고 조명이.


    • 2026-02-23 17:25

      와 ~~ 웨딩 촬영지의 명소 군요. 작품을 알고 보면 사진이 더 아름답게 보이지요.

      저도 찍고 싶어요 ㅎ
      저는 물 건너 갔고, 딸이 여기서 촬영하기를 기대 봅니다.
      미국이 워낙 넓다 보니, 혹시나 기대 해 봅니다.


      • 2026-02-23 20:54

        왜 물건너 갔다고 생각하시는지요? 한국에선 은혼식도 있고 리인드 웨딩도 있고 친구들과 기념사진도 많이 찍어요~


      • 2026-02-24 00:50

        그 사람하고는 다시 하고 싶지 않아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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