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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네스 미술칼럼 34) 와인과 강바람, 그리고 웃음이 있는 그림 한장 <르누와르>

작성일
2026-03-16 15:30
조회
10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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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스 컬렉션은 세계 최고의 그림 중 하나를 소장하게 되었습니다. 이 그림은 우리 미술관의 모든 컬렉션 중에서도 관람객들의 가장 큰 관심과 지지를 받으며 앞으로도 큰 반향을 일으킬 것입니다.”

이 문장은 워싱턴 DC의 필립스 컬렉션 설립자 던컨 필립스가 미술관 재무담당자에게 보낸 편지의 한 구절이다. 그가 감격 속에 언급한 작품은 바로 <선상 파티의 점심 Luncheon of the Boating Party>으로 오귀스트 피에르 르누아르(Auguste Renoir, 1841-1919)의 그림이다.

<선상 파티의 점심 Luncheon of the Boating Party>1 881년 캔버스에 유채 129.5 × 172.7 cm

그림 속에 흐르는 행복한 오후, 이 그림 앞에 서면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아진다. 이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듯 하다. 배 위에서는 점심 식사가 한창이다. 화창한 대낮, 식탁에는 음식과 싱그러운 과일, 와인 병들이 놓여 있다. 이미 몇 병은 비어 있다. 사람들은 식사와 와인을 곁들여 살짝 취한 듯 여유롭고 느긋하다.

난간 너머로는 파리 근교의 센 강이 펼쳐지고, 강 위에는 요트가 떠 있다. 그림을 보고 있으면 시원한 강바람이 스쳐 지나가는 듯 상쾌하다. 그래서일까. 이 작품은 종종 “그림 속 인물도, 그림을 보는 사람도 함께 행복해지는 그림”이라고 불린다.

이 작품이 소장된 곳은 워싱턴 DC의 필립스 컬렉션(The Phillips Collection)이다. 이 미술관은 1921년에 개관한 미국 최초의 현대미술관으로(Museum of Modern Art)보다도 8년 앞선다. 설립자인 던컨 필립스는 철강 재벌 가문의 후손으로, 평생에 걸쳐 약 3,000점의 작품을 수집했다.

미술관은 워싱턴의 듀폰 서클 근처, 대사관들이 모여 있는 거리 한가운데 자리 잡고 있다. 주변에는 인도·모로코·포르투갈·인도네시아·수단 등 여러 나라 대사관이 늘어서 있고, 한국 대사관도 이 거리 인근에 있다.

20세기 초 미국에서 인상파 이후의 현대미술은 종종 "이해할 수 없는 그림" 혹은 “미친 짓”으로 취급되곤 했다. 하지만 던컨 필립스는 달랐다. 그는 “예술은 시대와 함께 변화한다”는 믿음으로 현대미술을 꾸준히 수집했다. 당시에는 특이한 취미처럼 보였지만, 지금 그의 컬렉션은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선상 파티의 점심〉 역시 그런 작품 중 하나였다. 이 작품은 1882년 제7회 인상파 전시에 출품되었고 평론가들에게 최고의 작품 중 하나라는 찬사를 받았다. 처음 작품을 구입한 사람은 인상파 화가들의 중요한 후원자였던 폴 뒤랑 뤼엘이다. 던컨 필립스는 이 그림을 얻기 위해 10년 이상 공을 들였고, 마침내 1923년 파리에서 작품을 구입하는 데 성공했다. 그 기쁨을 그는 편지로 미술관 직원들에게 전했다.

그의 예언처럼 지금도 수많은 관람객들이 이 그림을 보기 위해 미술관을 찾는다. 센 강 위의 친구들, 14명의 그림 무대는 파리 근교 센 강가의 레스토랑 발코니다. 식탁 주변에는 14명의 인물이 모여 있다. 모두 르누아르의 친구들이거나 지인들이다.

왼쪽 앞에서 작은 강아지를 쓰다듬는 젊은 여인은 알린 샤리고이다. 부르고뉴 출신의 재봉사였던 그녀는 당시 21세였다. 훗날 르누아르와 결혼한다. 두 사람의 나이 차는 20년이었다. 식탁 맞은편 의자를 돌려 앉은 남성은 화가 구스타브 카유보트이다. 그는 르누아르의 친구이자 인상파 화가이기도 하다. 이 외에도 전직 기병 장교, 여배우, 은행가, 시인, 비평가 등 다양한 직업의 사람들이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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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누아르 부인이 되는 <알린 샤리고>/친구  화가 <구스타브 카유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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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젤 레고 와 엘렌 앙드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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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포트와 잔 사마리

누가 누구인지보다 중요한 것은 그들이 나누는 분위기다. 어떤 사람은 와인을 마시고, 다른이는 대화를 나누며, 누군가는 강변 풍경을 바라본다. 어긋난 시선과 자연스러운 몸짓 속에서 대화와 웃음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르누아르는 평범하지만 소중한 순간을 영원한 장면으로 붙잡아 두었다.

르누아르는 이 작품에서 빛과 색채를 능숙하게 활용했다. 정교한 윤곽선 대신 부드러운 붓 터치로 빛의 느낌을 표현하고, 화려한 색을 자연스럽게 조화시킨다. 특히 강물과 사물에 반사되는 빛의 변화를 섬세한 색조로 묘사하며 인상주의 회화의 가능성을 확장했다. 또한 인물, 정물, 풍경이 하나의 화면 속에서 유기적으로 어우러진다. 이 구성은 르누아르가 이탈리아 여행에서 접한 고전 회화의 영향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행복한 장면을 그린 르누아르의 삶은 사실 쉽지 않았다. 그림을 그릴 당시 그는 40세였지만 아직 큰 성공을 거두지 못한 상태였다. 경제적으로도 어려웠다. 어린 시절에는 도자기 공장에서 일하며 생계를 도와야 했고, 인상파 화가로 활동할 때는 물감을 살 돈조차 부족했다. 평론가 알베르 볼프는 “르누아르가 그림 그리는 법을 배웠다면 훨씬 아름다운 그림을 그렸을 것”이라는 극찬을 하였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며 그의 그림은 점점 인정받기 시작했다. 말년에는 심한 관절염으로 손이 기형적으로 변하고 어깨가 굳어갔지만, 그는 붓을 놓지 않았다. 그가 남긴 유명한 말이 있다. “고통은 지나가지만, 아름다움은 남는다.”

르누아르는 평생 수천 점의 작품을 남겼다. 그의 그림은 지금도 세계 여러 미술관에서 사랑받고 있다. 가장 유명하고 자주 복제되는 작품들이다. 미국 필라델피아의 반즈 파운데이션은 르누아르 작품 181점을 소장한다.

특히 〈선상 파티의 점심〉은 가장 널리 알려진 인상주의 작품 중 하나다.
오늘도 워싱턴의 필립스 컬렉션에서는 관람객들이 이 그림 앞에 서서 잠시 머문다.
그들은 센 강 위의 따뜻한 오후를 바라보며, 르누아르가 남긴 행복한 순간을 함께 경험한다.



그림의 실제 장소 -프랑스 샤토의 센 강의 현재 풍경

센 강변에 위치한 현대식 메종프르네즈 레스토랑

<르누와르 대표작>

21일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이건희 컬렉션’ 97점이 전시된다.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 노란 모자에 빨간 치마를 입은 앙드레(독서), 1917~1918, 46.5x57㎝. [사진 국립현대미술관]

이건희 컬렉션 <노란 모자에 빨간 치마를 입은 앙드레(독서)> 1917~1918, 46.5x57㎝. 국립 현대미술관 한국

Self-portrait, 1876



<자화상Self-portrait> 1876

한정되지 않은

<두 자매, 테라스에서>캔버스에 유채, 1881년 시카고 미술관

Pont-Neuf, 1872, National Gallery of Art, Washington, D.C.

<퐁네프 다리> 1872년, 워싱턴 D.C.  내셔널 갤러리

한정되지 않은

<물랭 드 라 갈레트에서의 춤 ( Bal du moulin de la Galette )> 1876년  오르세 미술관 파리

정원에서 양산을 쓴 여인, 1875년, 티센-보르네미사 미술관, 마드리드

<정원에서 양산을 쓴 여인> 1875년, 티센-보르네미사 미술관, 마드리드

한정되지 않은

<이레느 카앙 당베르 초상화 La Petite Irène > 1880년 65x54cm 재단 EG Bührle , 취리히

한정되지 않은

<피아노 치는 소녀들> 1892년, 오르세 미술관 파리

봄꽃다발, 1866년, 포그 미술관, 케임브리지

<봄꽃다발>, 1866년, 포그 미술관, 케임브리지

Seated Girl, 1883

<앉아 있는 소녀Seated Girl>, 18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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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의 가족》, 1896년, 반즈 재단, 필라델피아

《독서하는 소녀들》, c. 1890–1891년, LACMA, 로스앤젤레스

《독서하는 소녀들》, c. 1890–1891년, LACMA, 로스앤젤레스

《부지발의 무도회》, 1882–1883년, (왼쪽 여성은 화가 수잔 발라동), 보스턴 미술관

《부지발의 무도회》, 1882–1883년, (왼쪽 여성은 화가 수잔 발라동), 보스턴 미술관

《물뿌리개를 든 소녀》, 1876년, 내셔널 갤러리 오브 아트, 워싱턴 D.C.  <

물뿌리개를 든 소녀》, 1876년, 내셔널 갤러리 오브 아트, 워싱턴 D.C.

《여름에》, 1868년, 구 국립미술관, 베를린

《여름에》, 1868년, 구 국립미술관, 베를린


전체 11

  • 2026-03-16 15:32

    초기에 올렸던 글인데, 다시 정리하고 그림도 추가하였습니다.
    인상주의의 초석을 다진 화가 르누와르의 대표작입니다.

    <이건희 컬렉션>이 기증한 작품도 보세요.
    한국에서 르누와르의 작품은 늘 해외 특별전을 통해서만 관람 할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국립현대미술관에서 1점일지라도 늘 볼 수 있습니다.


  • 2026-03-16 17:09

    국중박도 또 보고싶어요 작가님!! ㅎㅎㅎ


    • 2026-03-16 17:45

      네~ 원하신다면 올리겠습니다ㅎㅎ


  • 2026-03-16 17:44

    가슴이 몽글몽글해 지는게 지금 날씨하고 찰떡이네요. 일부러 가던 여행을 가던 미술관에 가서 좋아하는 그림 실컷 볼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직접 다니진 못하니 작가님 칼럼으로나마 대신 호강을 누려봅니다^^


    • 2026-03-16 18:31

      봄이 다가와서 화사한 그림 많이 올렸습니다. 기분 좀 업 되시라구요 ^^
      저도 세계 미술관의 그림을 다 못 봅니다 ㅎ 그래도 직접 본 그림 위주로 글을 쓰려고 해요.
      근처에 미술관이 있으면 한 번 쯤 보시라고, 세계 각지의 그림 업데이트 했습니다. 감상하시기 바랍니다.


  • 2026-03-17 01:38

    제일 처음 접한 르누와르 작품이 바로 이엔 카랑 당베르 초상화이었어요. 도대체 어떻게하면 저런 작품을 그릴수 있는지 경이로웠습니다. 그래서 공부를 했지요.
    난색을 찍은 솜뭉치로 문지른 듯 부드럽고 따뜻한 화풍을 가진 그의 작품은 그림 전체가 화사하고 부드럽습니다. 르누아르의 그림을 보면 언제든 햇빛을 쬘 수 있다는 느낌을 받아요.. 이 화풍이 워낙 개성적이라 르누아르는 따뜻한 화가의 대명사로 꼽히기도 하죠.

    르누아르의 화풍은 기본적으로 화사하지만 두 가지의 타입이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림의 선이 없이 보들보들하게 그린 것, 또 이와는 반대로 화사함은 유지하되 고흐의 작품처럼 물감을 덧칠하고 자글자글하게 그린 것. 그래서 가끔은 사람들이 헛갈려 하지요. 같은 작가의 작품이 맞아?

    여성을 따뜻하고 사근사근하게 묘사하는 데에 도가 튼 화가입니다. 실제 성격도 좀 바랑둥이지 않을까 의심이 될 정도입니다.
    르누아르의 그림에 등장하는 여성들은 우아하며 부드럽고 다채롭습니다. 그가 어떤 환경에서 어떤 인생을 살아왔는지 엿볼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지요.


    • 2026-03-17 17:53

      르누아르는 여성과 누드그림을 보면 이런 생각이 들죠~~
      여성을 무척 좋아하고 그 아름다움을 그리는 데 평생을 바쳤지만, 바람둥이라기보다는 가족을 사랑하고 그림밖에 몰랐던 화가였습니다.
      "그림은 즐겁고 예뻐야 한다"는 철학을 가졌고, 여성을 '생명력과 아름다움의 상징'으로 보았습니다.
      아들 세 명은 아버지가 남긴 막대한 예술적 자산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기록한 든든한 후원자였습니다. 특히 둘째는 영화감독으로 유명합니다. 가족관계도 원만했던 것으로 보여요.

      르누와르는 노래에 뛰어난 재능이 있었어요. 생 로슈 교회의 합창대 지휘자였던 샤를르 구노가 극찬할 정도였다고 합니다. 열세 살에 음악과 학교를 포기하고 도자기 공장에 취직하여 돈을 벌어야 할 정도로 집안이 가난했습니다. 틈틈이 배운 그림으로 모네, 시슬리 등과 인상주의를 추구할 때도 물감 살 돈조차 없었다고 해요.
      그래도 이런 명작을 남겨 우리를 즐겁고 행복하게 합니다.


  • 2026-03-17 10:43

    처음 그림인 선상파티에서 점심먹는 모습을 보니 왜인지 과거에 꿈속에도 나도 저렇게 저곳에 앉아있었나 하는 데자뷰 느낌이 나는걸 보니 아마도 이교수가 나에게 나는 전생에 르네상스 시대 사람이었다고 말해주는듯 하여 흥미롭게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나의 거대한 작품을 먼저 올려주고 또 연달아 등장인물의 세세한 얼굴마저 클로즈업해서 따로 연속으로 올려주시니 그들의 얼굴표정이 마치 살아 숨시는듯 해서 또 다른 감명입니다. 마치 등장인물 한명한명을 자세히 소개해주어 보는 우리에게로 하여금 한명한명 소개해주어 고맙습니다. 모두다 얼굴이 평안한게 천사의 모습이 보이는듯 하는군요.


    • 2026-03-17 18:21

      저도 배 위에서 저 사람들과 같이 있는 듯 합니다 ㅎ
      센강이 실제 보면 좁고 물도 깨끗하지 않은데, 저 당시에는 수초도 있고 강 바람이 불면 정말 시원 할 것 같아요. 한강도 예전에는 뜩섬에서 수영도 했다는데.. 요즘 둔치 잘 해 놓았어요. 그래도 예전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찾아 볼 수 없는 것은 추억이 사라진 것 같아 아쉬워요.

      저 14명의 등장인물은 르누와르의 친구들입니다. 부인이 될 애인도 있고, 지난번 올린 그림< 비 내리는 파리>를 그린 카유보트의 모습도 보여서 반가웠어요.
      알린 샤리고와 결혼해서 아들 만 셋을 낳고 다복하게 살았어요. 노년에 관절염으로 고생할때도 가족이 극진히 보살펴서 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고 해요. 노년을 보면 어떻게 살아 왔는지가 보이는 것 같아요.
      아름다운 여성 모델들도 존중하고 돈독한 관계를 맺었다고 해요. 이 사실을 알고 보니 그림이 더 아름다워 보여요.
      예술따로 사생활따로인 남성 화가들 정말 많거든요. 대표적으로 피카소요~~
      늘 건강하세요. 다음글에서 뵐게요.

      <카유보트, 비 내리는 파리 거리>

      카유보트-파리거리.jpg


  • 2026-03-17 17:20

    뺨아 발그레~한게 어쩜 저렇게들 이쁠까요. 물론 모델이라 예쁘긴 하겠지만 미소나 옷차림도 참 잘 표현한 것 같아요. 요즘 날씨에 찰떡입니다.


    • 2026-03-17 18:17

      그림의 그녀들처럼 생기지를 못해서 동경 합니다~
      르누와르는 여성 모델을 예술에 영감을 주는 동반자로 여겼다고 합니다. 그런 태도가 그림에 배어서 더 아름답게 그린 것이 아닐까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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