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자 전성시대 (feat. 뚱녀들의 반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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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건 또 뭐야????” 사람한테 쓰는 그리 올바른 표현은 아니지만 실제로 그랬다.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풍자라는 사람을 처음 접한 솔직한 내 심정이었다. 남들이 처묵처묵하는 걸 굳~~~~이 왜? 뭐 때문에?? 쳐다보고 있어야 하지? 심지어 우리가 시청하면 그들은 돈을 번다고? 쳇! 별꼴이야. 할일 되게 없다, 했었다. 진심이다. |


그런데,
지나던 알고리즘에서 우연히 만난 풍자는 내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아, 나보다 얼굴 큰 사람이 있구나. 신기한데?를 시작으로
남자여? 여자여???
얼굴 형태나 피부, 손톱이나 몸짓은 영판 여자인데
걸걸하고 거친 목소리에 툭하면 뱉어내는 욕지거리가 분명 남자였다.
아무리 시대가 변하고 지들 맘대로 지껄이는 유튜브라지만
세대가 다르다는 핑계로, 개인 방송이라는 미명 하에
ㅆㅂ이나 개ㅅㄲ 따위의 비속어를 맘대로 지껄이는 게 혐오스러웠다.
그랬었다.
나름 도덕과 예의범절을 지키며 살아 온 나 아니던가.
무식하고 상스러워 보였다.
나도 참 티나게 별나지만 쟤는 가도 너무 갔다, 했었다.
…그런데 말입니다…..

화장 하나도 안한 거창한 얼굴에 비해 백옥같은 피부결을 가진,
투박한 목소리에 비해 오물오물 먹는 입술이 뭔지 모르게 귀여운,
저렇게 긴 인조 손톱 붙일 시간에 차라리 눈썹이나 좀 그리지,
무슨 깡으로 배짱으로 반쪽 눈썹을 한 채 방송을 하지?
우리는 눈썹 안 그리면 집 앞 마켓도 안 나가는데 말이야.
남자인지 여자인지 아무튼 뚱뚱한 풍자라는 사람에게 눈길이 갔다.
개그우먼이던 유튜버이던 크리에이터이던 whatever,
트렌스 젠더라는 사실과
여자로 살고자 성전환 수술을 위한 정말 뼈를 깎는 고통,
그 후유증으로 인한 몸무게 증가,
그 와중에 지키고 싶었던 가족이라는 울타리,
어느새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고 ㅆㅂㅆㅂ을 연발하던 그녀의 욕지거리가
대리만족을 충족시킴과 동시에 속이 후련해지기 시작했다.


나는 과연 맨 얼굴로 카메라 앞에 설 수 있는가?
나는 과연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속에 담고 있던 소신을
육두문자까지 써가며 맘대로 뱉어낼 수 있는가?
저렇게 뚱뚱한 몸에 더 말도 안되는 엄청난 사이즈임에도 불구하고
타이트하고 깜찍하며 짧디 짧은 최신 유행 옷을 소화할 수 있는가 말이다.
그런 그녀가 예뻐보이기 시작했다.
익스텐션 한 긴 생머리도 예뻤고,
저걸로 일상 생활이 가능키나 할까 싶은 긴 손톱도 개성있다.
친구인 메이크업 전문가의 도움을 받은 얼굴 화장은 화룡점정이며
꽉 끼다못해 터져 나갈 듯한 핑크색 트레이닝복은 귀엽기 짝이 없다.
솔직함으로 중무장해 쪽팔림 따위 전혀 없는 자신감은 부러울 지경이다.


분명 뚱녀들의 반란이 아닐 수 없다.
산소같은 여자 이영애나 모델 한혜진, 가수 아이유같은
일명 연예인다운, 연예인스러운 외모의 여성들 뿐 아니라
신기루, 이국주, 운동뚱 김민경 등 무거운 그녀들이 종횡무진 방송을 누비고 있다.
다양성을 인정해 주는 분위기가 조금은 반갑다.
요즘 예능 트렌드가 빅 사이즈의 여자들도
더 이상 놀림거리나 희화화의 대상만은 아닌,
자신의 주체성을 마음껏 드러내며 자신감있게 활동하는 추세라
그 중 하나인 풍자도 그냥 그러려니 했지만
트렌스 젠더라는, 거기에 화려하고 솔직한 입담이 더해지고
심지어 모든 여자들의 관심사인 미용에 파격적인 패션이 추가됨과 동시에
숨기기 급급했던 컴플렉스를 오히려 대담하게 활짝 펼쳐보이며
대중들에게 자연스레 녹아 내린 점이 장점이지않나 생각이 든다.

(10살 때 같은 반 친구들과, 제일 오른쪽이 필자이다. 얼핏보면 교생선생 같음 ㅋㅋ)
165cm, 54kg 내 초등학교 5학년 키와 몸무게이다.(사실 그 때는 국민학교였지만)
나는 거인이었고 돼지였다.
지금에야 일명 성조숙증, 심하게 성숙하고 조숙한 아이였을 뿐이지만
1978년도 즈음에는 전교에서 몇 명 안되는 큰 키에 거대한 몸무게가 분명했다.
2차 성징인 가슴 나온 지는 한참됐고 생리도 철철 하고 있던 중이었다.
46년 전, 고작 10살인 여자애가 말이다.
브라를 했다고 놀림 받을까 전전긍긍하며
어깨를 안 쪽으로 말아 가능한 가슴이 눈에 띄지 않게 했으며
풍성한 방뎅이를 덮기 위해 항상 헐렁하고 큰 티셔츠를 입곤 했다.
어릴 적부터 상처였던 나의 뚱뚱한 컴플렉스는
풍자의 짧은 미니스커트와 당당히 드러낸 우람한 종아리와 함께 눈 녹듯 사라졌다.

나는 모른다.
호르몬 치료라는게 뭔지, 성전환 수술이라는 게 뭔지
별로 궁금하지도, 알고 싶지도 않다.
하지만 본인의 선택에 의해 감내해야 할 정도의 고통이라면
응원은 못할망정 이해는 하겠다는 편이다.
No respect but definitely I’m trying to understand that.
일명 요즘 말로 허언증 말기라며,
다이어트 한답시고 밥 없는 김치찜을 한 냄비 퍼먹는 그녀 모습이 웃기다.
잘생기고 어린 아이돌 수준의 남자만 데이트 한다는 게 더 신난다.
나 원래 이렇게 생겼어요.
왜 감춰요? 왜 숨겨요? 타고 나길 나는 나인데 말이지요!!
그녀의 황당한 자신감에 형언할 수 없는 허탈한 미소가 지어진다.
오늘도 풍자 먹방 틀어놓고
시켜온 닭다리에 소주 한 잔을 걸친다.
티나 김 이메일
dolxing8888@gmail.com
702-979-4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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