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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네스 미술칼럼43)그림을 읽는 시간-권력은 어떻게 무너지는가!

작성일
2026-04-20 16:10
조회
93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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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미술관을 방문한다면 어디부터 보면 좋을까. 많은 사람들이 현대미술이나 유명한 작품부터 찾지만, 나는 조금 다른 순서를 권해보고 싶다. 가장 먼저 고전주의 작품 앞에 서보는 것이다.

서양미술의 본고장은 유럽이다.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는 르네상스와 바로크의 주요 작품들은 대부분 이탈리아, 프랑스 같은 유럽에 남아 있다. 작품이 시장에 나오는 일도 거의 없고, 설령 나온다 해도 접근하기 어려운 가격이다.

그렇기에 역설적으로, 미국 미술관은 더 흥미롭다. 유럽 밖에서는 좀처럼 만나기 어려운 고전 명작들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시카고 미술관에서 반드시 봐야 하는 그림이 있다. 베네치아의 화가 틴토레토(Jacopo Tintoretto, 1518~1594)의 문제적이고도 강렬한 작품, <타르퀴니우스와 루크레티아(Tarquin and Lucretia)>이다.

그림 앞에서 관람객은 잠시 멈칫하게 된다. 침실 안, 뒤엉킨 남녀의 몸. 무언가 벌어지고 있다는 것은 알겠지만, 정확히 무엇인지 단번에 읽히지는 않는다.

이때부터 그림은 ‘보는 것’에서 ‘읽는 것’으로 바뀐다.

때로는 그림을 읽어야 비로소 선명하게 보일 때가 있다.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성경이나 신화, 역사적 사건을 다룬 그림들이 그렇다.

과거의 그림은 하나의 언어였다. 글을 읽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전달하는 방식이었고, 그래서 그림 속에는 읽어야 할 이야기들이 촘촘히 담겨 있다. 이를 읽어내지 못하면 그림은 온전히 이해되기 어렵고, 재미도 반감된다.



 

틴토레토 <타르퀴니우스와 루크레티아> 1580 캔버스에 유채화 175x151 시카고 미술관

이 작품 역시 하나의 이야기를 품고 있다. 기원전 509년경, 로마. 루크레티아는 전쟁에 나간 남편의 무사 귀환을 기다리던 아름다운 유부녀였다. 왕의 아들 타르퀴니우스는 그녀의 미모에 사로잡혀 결국 폭력을 행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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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12

  • 2026-04-20 16:19

    작가님께서 늘 그림은 보는 것이 아니라 읽는 것이다 라고 말씀하셨는데 오늘에야 그 참뜻을 알 듯 합니다. 뒤에 내용이 궁금해 브런치 가서 마저 읽고 왔습니다.


    • 2026-04-20 16:24

      감사합니다. 재미 있지요!
      미술관에서 저 그림을 보고 무슨 내용인지 몰랐어요. 집에 와서 찾아보니 역사화였어요.
      그림은 거대한 역사를 한 장면으로 압축했어요.


  • 2026-04-20 16:22

    왼쪽 구석에 아이가 떨어진 줄 알고 깜놀 ㅠㅠ 장식품 동상?이었네요 ㅠ


    • 2026-04-20 16:25

      몸 싸움 중에 조각 장식이 넘어졌습니다^^


  • 2026-04-20 17:22

    우수수 떨어지는 진주 목걸이가 복선이네요. 훗날 큰 역사의 흐름을 바꿔 놓을 정도로 말이지요..


    • 2026-04-20 18:53

      왕정이 무너지는 순간을 더 드라마틱하게 강조하게 위한 장치입니다. 화가들의 아이디어는 경이로워요.


  • 2026-04-20 18:55

    브런치라는게 있는줄도 몰랐습니다. 다양한 읽을거리가 있어서 놀라운데요!


    • 2026-04-20 22:03

      네~ 다양한 소재의 글이 많은 곳이에요 ㅎ


  • 2026-04-20 19:28

    원치않는 성폭력으로 스스로 목숨까지 끊은 여인의 기구한 삶이 작가의 화풍에 그대로 묻어나 있는 것 같아 더욱 가슴이 아픕니다.


    • 2026-04-20 22:07

      예전에는 정절을 지키지 못하면 자결을 하고, 열녀문을 세우고...
      여자들이 너무 많은 강요를 당하고 산 것 같아요 ㅎ 그 시대에 안 태어 난 것이 천만 다행입니다.
      그런데 아직도 일부 지역에서는 여성이라는 이유로 차별 받는 것이 안타깝기만 합니다.


  • 2026-04-22 02:33

    몇번이나 이교수 칼럼을 보려구 시도했으나 잘 되지가 않았습니다. 이제야 글을 쓰니 내마음을 후련하고 좋습니다. 강렬한 그림 한점이 같은 남자로써 창피함이 앞섭니다. 어찌 저리 짐승만도 못한 욕정이 한 여인의 미래를 압살했을지 통탄을 금할수가 없군요. 내가 미안함을 표현하기로 하겠습니다. 작품이 꽤 사실적이다 소름이 돌을 지경입니다. 주제할수 없는 육체는 썩은 정신과 동일합니다.남자는 정신을 차리기를 남자로써 부탁과 같은 방식으로 드립니다.


    • 2026-04-22 14:03

      초기 칼럼인데 많은 분들이 안보셨고, 워낙 명작이어서 다시 다듬어서 올렸어요. 중간에 브런치를 걸어 놓아서 잘 보셨는지요. 이렇게 올리면서 선생님께서 잘 들어 오시려나 가장 걱정이 되었어요. 제 찐 팬이신데 ㅎ 혹시 모르시면 따님께 물어 보세요. 한 번만 누르시면 되요.

      이 사건은 건의 3천년 전에 일어난 일이에요. 요즘도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을 보면 인간이 학습 효과가 없는 듯 해요. 저렇게 인생 망치는데도 똑 같은 짓을 하고 살고요. 건강은 좀 좋아 지셨지요 ㅎ잘 드시고 즐거운 마음으로 지내세요.
      다음 글에서 좋은 댓글 기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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