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좀읽자/돌싱칼럼

아네스 미술칼럼44)1.9cm, 닿기 직전의 손

작성일
2026-04-25 15:26
조회
8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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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은 창조를 묘사하는 것이 아니라, 창조 직전의 긴장을 고정한 그림이다.

<아담의 창조>에서 핵심은 손이 아니라, 끝내 닿지 않는 거리 그 자체다.

부활절, 전 세계에서 몰려든 인파에 휩쓸려 바티칸의 심장부로 들어섰다. 시스티나 경당의 문은 인원이 차면 가차 없이 닫혔고, 경건함을 강요하는 시큐리티의 호각 소리가 공기를 갈랐다. “Silence!”, “No Photo!”라는 외침이 반복되지만, 그 사이사이로 몰래 터지는 플래시가 반짝였다. 공식 가이드 없이 들어갈 수도 없고, 정해진 시간 없이는 머무를 수도 없는, 말 그대로 ‘성스러운 혼잡’이었다.

이곳은 성경을 그림으로 읽는 공간이다. 르네상스 대가들의 구약과 신약 12장면이 남쪽과 북쪽 벽면에 펼쳐진다. 천정에는 천지창조가 탄생하고, 정면 제단에는 하느님의 최후의 심판이 벌어진다. 새 교황을 뽑는 콘클라베는 이 장면들 한가운데서 치러진다. 그 안은 신의 엄격한 질서가, 그리고 혼란이 동시에 작동하는, 이상한 긴장 상태였다. 그 혼란 속에서 관람객의 시선은 방향을 잃고 사정없이 헤맨다.

천장에서 그리고 그 중심에서 내가 찾은 것은 아담의 창조였다. 가로 5.7m, 세로 2.8m에 달하는 거대한 프레스코화를 보기 위해서는 고개를 끝까지 뒤로 젖혀야 했다. 20m 높이의 천장을 올려다보는 일은 곧 목의 통증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그 불편함조차 잊게 만드는 장면이 그곳에 있었다. <아담의 창조> 다. 인류 역사상 가장 반복적으로 재현된 하나의 순간. 두 손이 서로를 향해 다가가고 있었다.

미켈란젤로(Michelangelo di Lodovico Buonarroti 1475-1564) 1508년부터 1512년까지 약 4년에 걸쳐 이 천장화를 완성했다. 원래는 교황 율리우스 2세의 무덤 조각을 맡았던 그가, 예상치 못한 명령에 의해 낯선 프레스코 작업을 떠맡게 된 결과였다. 그러나 그는 이 조건을 제약이 아니라 또 다른 확장의 기회로 바꿔낸다.

천정에는 제단에서 시작된 구약성경 창세기가 3개씩 묶은 총 3개의 그룹으로 직사각형안에서 순차적으로 보인다. 빛과 어둠을 분리하는 첫 번 채 창조의 서사는 해와 달을 세우고 땅을 빚어내며 바다와 육지를 가르는 우주적 질서로 확장된다. 이어진 두 번째 거대한 흐름은 인간의 창조와 타락에 이르러 하나의 지점으로 응축된다. 그 중심에 아담의 창조가 정점을 찍는다.


여기를 누르세요 👉   https://brunch.co.kr/@b69133d1dab347f/31

전체 5

  • 2026-04-25 15:37

    영화 <이티 E T>에서 연결고리로 등장하면서 많은 분들이 기억하는 장면입니다. .
    저도 이번 글을 쓰면서 이 거리가 1.9cm 라는 걸 알았습니다.
    이 장면을 놓고 해석이 많은데, 미켈란젤로가 하느님과 닿을 수 없은 거리를 남겨 두었다는 의견이 가장 설득력이 있습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 2026-04-25 21:45

    손 그림만 클로즈 업 돼서 보니 또 다른 울림이 있네요..


    • 2026-04-25 23:11

      그렇지요. 전체 장면이 너무 크고 복잡해서 이해하기가 힘들어요.

      아래 댓글 분이 그림을 원하셔서 올립니다. 하느님쪽 전체 모양이 심장모양입니다. 잘 살펴 보세요

      시스티나천지창조.jpg

      첨부파일 : 시스티나천지창조.jpg


  • 2026-04-25 22:14

    그림을 이젠 딱 한장만 올려주시나요 작가님 ㅠㅠ


    • 2026-04-25 23:12

      "여기를 누르세요"를 누르면 바로 브런치에서 글 전체를 보고 작품도 볼 수 있어요. 어렵지 않아요^^
      글을 두 가지 버전을 준비하는 게 번거롭고, 같은 글을 여러 곳에 올리면, 구글에서 불량한 글로 분류가 되요. 그래서 이런 방법을 쓰고 있어요.

      제 글에 그림이 너무 많아서 글에 집중이 안됐는데, 오히려 지금이 좋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이전에 그림을 많이 올리면서, 돌싱싸이트가 오류가 나고 블락이 되어 방장님이 복구하느라고 여러번 고생을 하셨어요. .

      그렇지 않아도 다음글은 미술관 하이라이트 컬렉션으로 갑니다.
      기대해 주세요~~

      시스티나천지창조.1.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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