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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네스 미술칼럼3) 모두가 행복한 그림-르누아르 <선상파티의 점심>

작성일
2025-11-09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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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스 컬렉션은 세계 최고의 그림 중 하나를 소장하게 되었습니다... 이 그림은 미술관의 모든 컬렉션 중 관람객들의 가장 큰 관심과 지지를 받으며 미래에도 큰 반향을 줄 것으로 기대합니다" - 던컨 필립스가 미술관 재무담당자에게 보낸 편지 중~​<선상 파티의 점심 Luncheon of the Boating Party>1 881년 캔버스에 유채 129.5 × 172.7 cm

그림 속 인물도 보는 이도 모두가 행복한 그림이 있다. 오귀스트 피에르 르누아르(Auguste Renoir 1841-1919)의 <선상 파티의 점심 Luncheon of the Boating Party>이 이런 그림이다. 배 위에서는 점심이 한창이다. 화창한 날의 대낮이다. 식탁에는 음식과 싱그러운 과일, 와인도 여러 병 보인다. 빈병으로 보아 아마도 식사와 곁들인 와인에 살짝 취한 듯 인물들은 느긋하고 여유롭다. 우거진 수초 뒤로 멀리 강 위에 요트가 떠 있다. 그림 앞에 선 관람객은 시원한 강바람 스치고 지나가는 듯 저절로 상쾌해 진다.

<선상 파티의 점심>은 인상주의 화가 르누아르의 대표작으로 워싱턴 DC의 필립스 컬렉션의 애장품이다. 필립스 컬렉션은 미국 최초의 현대 미술관으로 1921년 뉴욕 현대 미술관(MoMA)보다 8년 앞서 개관하였다. 아트 컬렉터이자 사업가 던컨 필립스(Duncan Phillips ·1886~1966)는 철강 재벌의 손자로 3,000여 점의 소장품이 기조가 되어 설립되었다. 미술관은 워싱턴 DC의 유서 깊고 아름다운 동네 조지 타운 동쪽의 듀폰 서클 인근에 위치한다. 주변은 세계 정치 1번지 워싱턴 DC의 대사관 거리로 각 나라의 깃발이 위풍당당하게 휘날린다. 미술관 옆 건물도 인도 대사관, 마주 보는 건물은 모로코 주위로 포르투갈, 인도네시아, 수단 등의 여러 나라 국기가 보인다. 한국 대사관도 이 거리에 있다.

20세기 초반, 미국 지식인들 사이에서 인상파 이후 현대미술을 미친 짓으로 여기던 시절이었다. 그런 분위기에서 던컨 필립스는 ‘예술은 시대에 따라 변한다’는 철학을 가지고 현대미술 작품을 평생에 걸쳐 수집했다. 당시는 유별난 취미로 취급받던 필립스의 소장품들은 현재 값어치를 따질 수 없는 세계적인 작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1882년 제7회 인상파 전시에 출품한 이 작품은 평론가들에게 최고의 그림으로 찬사를 받았다. 그림은 르누아르의 후원자이자 아트 딜러 폴 뒤랑 뤼엘이 구입하였다. 필립스는 이 그림을 구매하기 위하여 10여 년간 공을 들였다. 그림이 제작된 지 40여 년이 지나며 아들이 소장하던 시점이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1923년 드디어 필립스의 손에 그림이 들어왔다. 그는 파리에서 감격에 겨워 미술관 재무 담당자에게 기쁜 소식을 편지로 알렸다. 필립스의 선견지명처럼 10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수많은 관람객은 이 작품을 보기 위해 미술관을 방문하고 그림 앞에서 행복한 시간을 갖는다.

​파리 근교 센 강 주변의 배 위에 14명이 모였다. 모두 르누아르의 친구들이다. 왼쪽 맨 앞의 사랑스러운 여인은 알린 샤리고(Aline Charigot)이다. 부르고뉴에서 파리로 상경하여 재봉사로 일하는 21살의 그녀는 풋풋하다. 그녀는 10년 후에 르누아르와 결혼하는데 나이차가 20년이나 난다. 연애를 하던 중이었는지 르누아르는 테리어를 쓰다듬는 더없이 사랑스러운 모습으로 그녀를 묘사하였다. 식탁 맞은편 의자를 돌려 앉은 멋진 남성은 화가 구스타유 카유보트이다. 자유분방하고 격식 없는 편안한 자세로 보아 이미 막역한 사이인듯 싶다.



르누아르 부인이 되는 <알린 샤리고>

직업도 각양각색이다. 난간에 기대선 건장한 남성은 이 식당 주인의 아들이다. 르누아르의 그림 모델도 있고 전직 기병 장교에 여배우, 은행가, 시인, 비평가 등 다양하다. 그래서인지 인물들의 표정과 자세는 각기 다는 개성과 생동감으로 넘친다. 여기 있는 사람들이 누구인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어떤 이는 와인을 마시고 대화를 나누고 또 다른 이는 강변 풍경을 바라보기도 한다. 어긋난 시선조차 흥미롭다. 대화를 하는 사람이나 옆에서 듣는 사람이나 모두 편안하다. 이들이 나누는 대화, 웃음소리, 그리고 잔잔히 흐르는 강물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그저 평범한 하루, 친구들이 서로 어울려 유쾌하고 자유로운 시간을 보내는 순간을 르누아르는 영원한 장면으로 고정시켰다.



화가 <구스타브 카유보트>

르누아르는 이 그림에서 빛과 색채 그리고 행복한 순간을 포착하며 인상주의 걸작으로 손색이 없다. 정교한 선보다는 자유롭고 부드러운 붓 터치로 빛을 포착하여 화려한 색채를 자연스럽게 녹여 내며 능숙하게 다루었다. 특히 강물과 물체에 반사되는 빛의 변화를 섬세한 색조로 묘사하여 인상주의 발전에 많은 기여를 하였다. 그림은 인물과 정물 그리고 풍경을 하나의 이미지로 표현하며 전통적인 회화의 오랜 구성을 통합하였다. 아마도 그림을 그리기 바로 전에 이탈리아 여행을 다녀오며 고전주의 미술에서 받은 영향이 반영된 듯하다.

​그는 19세기 후반 프랑스는 산업이 발전하며 도시화로 여가 시간을 즐기는 문화와 정서를 묘사하였다. 선상파티의 점심은 단순히 한순간을 그린 것이 아니다. 그는 사람들의 소소한 행복과 교감을 통해 삶의 아름다움과 소중함을 일깨워 준다. 그림은 르누아르가 인생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과 긍정적인 에너지를 담고 있다. 그는 낭만적이고 활기찬 도시 파리의 풍경과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깊은 애정을 드러내고 있다. 그림의 실제 장소 -프랑스 샤토의 센 강의 현재 풍경

센 강변에 위치한 현대식 메종프르네즈 레스토랑

​정작 그림을 그린 르누아르는 행복한 생활을 했을까! 이 그림을 그린 나이는 40세로 인상파 화가들이 당대 화단에서 조롱과 혹평을 받았던 것처럼 그 역시 성공하지 못한 화가였다. 경제적으로도 궁핍하였다. 사실 그는 노래에 뛰어난 재능이 이었다. 당시 생 로슈 교회의 합창대 지휘자였던 샤를르 구노가 극찬할 정도였다.

그러나 열세 살에 음악과 학교를 포기하고 도자기 공장에 취직하여 돈을 벌어야 할 정도로 집안이 가난했다. 틈틈이 배운 그림으로 모네, 시슬리 등과 인상주의를 추구할 때도 물감 살 돈조차 없었다. 1882년 3월 2일 자 르 피가로지에서 평론가 알베르 볼프는 "르누아르가 그림 그리는 법을 배웠더라면, 아주 아름다운 그림을 그렸을 것이다"라고 평할 정도였다. 지금도 충분히 아름다운데 르누아르가 그린 '아주 아름다운 그림'은 어떤 그림일지 상상이 안 간다.

어쩔 수 없는 차선 책으로 선택한 그림은 점차 주문자가 늘어나며 르누아르는 화가로서 명성을 얻었다. 그는 관절염이 심해 편안하게 붓을 쥘 수 없었던 말년 20년 동안에도 쉬지 않고 그림을 그렸다. 손이 점점 기형적으로 변하고 오른쪽 어깨가 강직되어 그림 그리는 기법을 바꿔야 했고 조수의 도움을 받기도 했다. 그가 붓을 놓지 못하는 이유로 ‘고통은 지나가지만, 아름다움은 남는다’며 명언을 남겼다. 르누아르는 아름다움을 세상에 그림으로 남기며 감동을 주고 행복을 준다.

르누아르는 다작의 화가로 수천 점의 그림을 그려 세계 곳곳의 미술관에서 볼 수 있다. 특유의 따뜻함과 아름다움은 미술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며 가장 유명하고 자주 복제되는 작품 중 하나가 되었다.

미국 필라델피아 반즈 파운데이션은 르누아르 작품 중 가장 큰 규모인 총 181점을 소장한다.
전체 10

  • 2025-11-09 20:13

    여러 차례 시도했는데, 그림과 줄 간격 조절이 잘 안되네요. 불편하시더라도 이어서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지난번 칼럼 댓글에서 글쓴이를 궁금해 하셔서 올립니다. 저는 대학원에서 서양미술사학을 전공하고 미술 칼럼니스트로 글을 쓰는 아네스입니다~~


    • 2025-11-10 15:58

      필명이 아주 아름답습니다. 세례명이신가요?


  • 2025-11-10 01:27

    저 지난주에 필립스 컬랙션 방문해서 이 그림 보구 왔어요. 옆에 반 고흐의 작품도 같이 있더라구요.
    입장료는 20불 지불했고, 1-2시간 정도면 볼수 있는 작은 뮤지엄 이였어요.
    다녀와서 보니 무료로 볼수 있는 방법이 있더라구요.

    Bank of America 카드를 가진 소지자는 매달 첫 번쨰 주말 (토요일+일요일) 동안 이 박물관에 무료 일반 입장이 가능해요.
    주차는 그 근처 유료 주차장에 했고 10시간 에 15불 이였어요,


    • 2025-11-10 01:40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카드 있어요~~~


  • 2025-11-10 01:44

    저는 인상주의 화가들 작품을 좋아합니다. 사람들의 소소한 일상을 부드러운 붓터치로 은은하게 때론 강렬하게 표현하는게 좋아요.
    정치나 철학, 국가간 분쟁이나 종교 등을 주제로 하지 않고 위대하고 거창하지 않아도 감동이 있기 때문입니다.


    • 2025-11-10 03:04

      언제 봐도 눈을 즐겁게 하고, 편안한 그림이 인상주의 그림 같아요. 그래서 가장 인기가 있구요. 오묘한 색채를 보고 있으면 빠져들게 되요~~


  • 2025-11-10 12:25

    물감 살 돈이 없었던 천재가 만약 그림을 체계적으로 배웠다면? 아마 저런 느낌의 오묘함은 힘들지 않았을까요? 화사한 색감 속에 감춰진 꾸깃꾸깃한 서러움이 느껴지는듯??


    • 2025-11-12 15:46

      그림은 그냥 느껴지는 대로 보는 게 맞는 것 같아요. 다들 행복해 보여도 각자의 사연은 알 수 없지요~~


  • 2025-11-10 13:16

    학창시절에 배웠던 인상주의 대표화가 르누와르의 작품을 이렇게 볼 수 있어 좋습니다. 한동안 잊고 지냈네요. 옛추억에 잠깁니다.


    • 2025-11-12 15:48

      미국 미술관에 인상주의 그림은 정말 많아요. 만인이 사랑하는 그림이죠. 그림 보시면서 힐링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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