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이 남자랑 계속 살아야 할까?
최근 홍수처럼 넘쳐나는 각양각색의 이런 저런 남녀 관계에 관한 커뮤니티 사이트를 들여다보면 가장 이슈가 되는 것 중 하나가 바람, 또 하나는 바로 이혼이다. 바람에 관해서는 할 얘기가 너무 많으니 나중에 따로 시간을 내보기로 하고 오늘은 ‘이혼’이라는 대 주제 안에서 과연 이 남자랑 계속 사는 게 맞는 것인지에 대한 얘기를 해 보고자 한다.

남자와 여자가 결혼 해 살면서 이혼이라는 단어를 떠올리지 않은 적 있었던가? 꼭 결혼은 아니더라도 이 남자랑 계속 사는 게 맞는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없던 사람이 과연 있을까?
대부분 여자들은 절대로 결혼하지 말라고 소리친다. 니 팔자 니가 꼬지 말고 제발 혼자 살라고 악에 악을 쓸 정도로 협박성 충고와 조언을 쏟아내는 수 많은 익명인들 앞에 나는 오늘 딱 한마디만 하고자 한다.
너나 잘하세요.(친절한 금자씨 목소리 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오래 전, 꽤 친했던 언니가 있었다. 젊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형부에게 툭하면 맞았고 눈탱이 밤탱이 돼서 허구헌날 질질짜던 그런 언니였다.
“도대체 왜 맞고 살아? 왜 이혼 안 해??” 혈기 왕성하던 그때 정말로 진심으로 너무너무 한심하고 궁금해서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물었다. 그러나 돌아온 한마디에 맥이 탁 풀렸다. “혼자 살면 무섭잖아…” 무섭단다. 혼자는 무서워서 못살겠단다. 그래 무서우면 그냥 맞고 살아라. 맞는 것 보다 혼자인게 더 무섭다는 사람 앞에서 무슨 말을 해줄까? 별 수 있냐? 하고 뒤도 안 돌아보고 나왔던 기억이 난다. 그런 성격의 사람도 있더라는 얘기다.
우리는 보통의 통용되는 상식과 이해 가능한 일반적인 도덕과 관습 사이– 그 어디 쯤인가에서 서로 잘 조화를 이루며 산다. 각자 개성이 다르고 생긴 것 만큼이나 버라이어티한 성질들을 다양하게 가지고 살지만 뭐가 옳고 뭐가 틀린 것 정도는 인지하고 산다는 말이다.하지만 여기서 또 다시 특출하게 발휘되는 한국인의 오지랖, 너나 할 것 없이 “00하지 마라”는 불치병에 걸려 있다. 우리 모두는 말이다.
결혼하자 마라. 연애만 하면 되지 그 나이에 결혼이 또 하고 싶냐? 같이 살지 마라. 밥 해주고 몸 주고 돈 주고 정 주고 왜 그러고 사냐? 주둥이만 살아있는 것들은 그리도 지지고 볶으며 같이 살고 있으면서 고민을 토로하는 그들에겐 절대로 단호히 결단코 죽어도 같이 살지 말란다, 나 원 참.
막 결혼을 한 새댁이든, 졸혼을 얘기하고픈 오랜 시간 함께 살아온 부부이든, 지금 이 순간에도 함께 살지 말지에 대해 심각한 고민을 하고 있는 부부들이 꽤 많다. 남편의 언어적 물리적 폭력같은 심각한 상황은 물론이거니와 정서적 심리적 학대 역시 겉으로 드러나는 빈도가 적을 뿐이지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여기서 잠깐 반드시 짚고 넘어가고 싶은 부분이 바로 차고 넘치는 SNS의 정보 전달 역할이다. 필자는 이런 저런 쇼셜 미디어를 시작한지 그리 오랜 세월이 지나지 않았다. 수없이 얘기를 듣곤 했지만 안그래도 바빠 죽겠는데 생산적인 일을 하는 대신 하루종일 사이트 쳐다보고 있으면서 남의 일에 감 놔라 배 놔라 간섭하는 사람들을 좀 한심하게 생각했던 것 사실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오죽하면 유재석조차 스마트폰을 불과 몇 년전에 구입했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직접 칼럼까지 써가며 SNS의 순기능을 곰곰 생각해 보니 그 영향력과 파급력이 어마어마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상상 그 이상의 전통과 역사가 이토록 엄청난 속도로 우리 인생 깊숙히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걸 느꼈을땐 이미 나도 몇 번의 상처를 허벌나게 입고 난 후였다.
너무도 많은 미국에 사는 한인 여성들이 어디 하소연 할 곳 없고 고민 나눌 곳 없이 익명으로 풀어내는 유일한 소통의 창구가 SNS라는 걸 알았다. 하루라도 안 들여다보면 중독이 되듯 많은 사람들의 공감과 격려, 그에 못지 않은 쓸데없는 오지랖과 분에 넘치는 건방진 조언들이 난무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씁쓸하기 그지 없다.
누군가는 간신히 생명을 연장하기 위한 썩은 동아줄이라도 붙잡는 심정으로 글을 쓰고 있구나 부터 아무 상관 없음에도 불구하고 지나가다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를 대신 댓글 달 정도로 정성스럽고 감동적인 글도 많이 봤다. 이런 다양한 커뮤니티 사이트가 온라인에 존재한다는 사실에 새삼 다시 놀랍고, 또 한편으론 무섭고 겁이 나 손이 덜덜 떨리기도 하니 참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각설하고 본론으로 돌아와 부부인 경우에는 응급 상황을 제외하곤 무조건 이혼, 무조건 따로 살기에 찬성하지는 않는다. 감정적으로 판단하지 말라는 얘기다. 우리는 생각보다 꽤 즉흥적이고 다혈질인 동물이다. 으르렁 하고 한바탕 싸우면 가장 최악의 상황을 먼저 떠올리게 된다. 저 새끼 죽이고 나도 죽어? 아니지 내가 왜 죽어? 근데 미국 교도소는 너무 무섭다니까 죽이는 건 하지 말자 젠장.
이런 생각 하루에 열 두번도 더 한다, 두 사람의 사이가 곪을대로 곪아 얘기조차 안되는 상황이라면 잠시 떨어져 있기를 권한다. 당연히 모든 동네가 가능하진 않겠지만 단기로 한 달 정도 방을 빌릴 수 있다면 필요한 생필품만 챙겨 남편을 내보내라. 얼씨구 하고 좋아하는 놈들이 더 많겠지. 나는 이제 자유다, 낄낄 거리며 매일 술 마실 궁리만 할 놈 분명 있겠지. 그런 놈하고는 내일 당장 이혼 소송 하시길!

이건 필자가 써 본 방법 중 꽤나 효과가 있던 경우이다. 무슨 심각한 사건 사고가 있는 것도 아니요, 흔히 말하는 도박이나 바람같은 하드코어가 원인도 아닌데 같이 한 집에 사는게 숨막히고 짜증나고 도저히 결혼 생활을 유지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합의 하에 근처 하우스 별채를 한 달간 빌려 남편을 내보냈다. 밤마다 뭐하고 사는지 연락도 하지 않았다. 밥은 먹고 다니는지, 감기가 대유행이라는데 목소리는 왜 저 모양인지 묻지도 따지지도 않았다. 철저하게 남이 돼서 서로의 상황을 돌아보기 시작했다. 2주 쯤 지났을까? 휴일 아침에 딩동 남편에게서 문자가 왔다. 브런치 같이 먹으며 얘가 좀 할래? 문자의 뉘앙스는 이미 나 집에 들어가고 싶은데 괜찮을까라는 허락의 간절함을 가득 담고 있었다. 물론 지금은 전 남편이 되어 버렸지만 나쁘지 않은 솔루션 중 하나로 기억된다.
여기서 한가지 답답한 상황은 바로 여자가 경제력이 없는 상황이다. 세상 오지라퍼들, 특히 같은 여자들은 또다시 악악댄다. 나가서 캐쉬어라도 해라, 서버라도 해라, 니가 돈 벌어 니가 써라, 능력 없으면 가만히라도 있어라 악악악악. 남의 상황은 전혀 고려하지도 공감하지도 않은 채 상처되는 말만 뾰족뾰족하게 비수에 꼿아 놓고 뿌듯해 한다. 일부러 시간 내가며 쓸데없는 댓글 다는 정성도 참 신기할 따름이다.
아무튼 여자가 경제력이 없는 경우 따로 사는 것 자체가 힘들 수 있다. 가장 걸림돌이 되는 어린 아이들도 당장 문제다. 지 아무리 돈 많은 남편이라 한들 나만큼 아이들을 케어할 수 있겠는가? 물론 아니다, 그런 경우에는 따로 살기 보다는 다른 방법을 찾아보는 것도 좋다. 경제력은 없고, 애들은 어리고 저 놈이랑은 죽어도 같이 살고 싶지 않고, 흠….
이럴 때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바로 정서적 이혼이다. 쉽게 말해 한 집에 살면서 각방을 쓰는 것이다. 이때 최소한 남편 놈이랑 말은 통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는다. 변호사 사고, 돈 나누고, 양육권 가지고 싸우기 전에 우리는 각자 살아내야 하고 버텨내야 할 의무가 있기 때문에 크게 복잡하지 않은 선에서 정서적 이혼을 먼저 실행해 보는 것이다. 한 집에 살면서 철저하게 각방 생활을 하는 것이다.
서로의 사생활에 일체의 간섭을 하지 말며 아이들 일이나 공통으로 의논할 것 외에는 서로의 상황을 절대 터치하지 않는다. 뭘 쳐먹든, 언제 들어오든, 술을 마시던 외박을 하던 그냥 남이다. 아이들의 위해 내 할일만 하면 그만인 것이다. 이 시점에서 미래를 위해 자신을 위해 뭐라도 차근차근 준비하는 건 기본이다. 돈을 나눌 준비도 사부작 사부작 시작하고, 영어를 좀 더 배워도 좋고, 상황이 되면 커뮤니티 칼리지 정도 다니면서 미래를 준비하면 금상첨화이다.
보통의 정서적 이혼의 결말은 아쉬운 놈이 먼저 말을 걸어오게 되어 있다. 분명 한 쪽이 눈치 살살 보게 되어있다. 그건 남편 놈일 수도 있고 나일 수도 있다. 다시 한 번 살아 내 보자. 조금 더 서로를 이해해 보자, 이 얘기 나오면 반드시 한 번 더 함께 극복하려 노력해 봐야 한다.
최근 한 TV프로의 뇌 과학자 카이스트 정재승 교수의 말이 가슴 깊이 와 닿는다. “우리가 타인이 어떤 사람인지 판단할 때, 대부분 충분한 정보가 없다.” “정보가 있는 것만 가지고 선입견에 따라 판단하고 그것에 맞춰 그 사람을 대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타인을 대할 때 선입견을 갖게 될까?
정교수는 상대방을 충분히 이해하고 나를 충분히 보여주며 좋은 인간관계를 맺고 싶은데 그러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 그래서 겉으로 드러난 내용만 보고 인간관계를 시작한다. 그것이 선입견이다.
정교수는 또한 우리 뇌를 인지적 구두쇠, 생각을 안하려는 구두쇠라는 표현을 썼다. 인간의 뇌는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면서 어떤 생각을 깊게 하는 것을 싫어한다. 쉽게 말하자면 인간이 편하게 빨리 판단하려고 선입견을 가지게 된 것이다. 나만 좋고 나만 편하려고! 타인을 대할 때 선입견으로만 판단한다는 말이다. 나 역시 그런 속물 중 하나였던지라 보는 내내 스스로 미안함과 반성의 시간을 갖게 되었다.
남녀가 같이 살면서 왜 힘든 점이 없을까, 언론에 보이는 그들처럼 돈 걱정 없이 서로에게 상처주는 일 없이 큰 욕심 없이 하루하루 편안히 살아내는 게 이토록 힘든 일인지 몰랐다. 싸우지 않고 큰 불만 없이 큰 사고 없이 평범하게 소소하게 살아내는 것이 이토록 불가능하리라곤 미처 상상하지 못했다. 답답하고 죽고 싶고 눈 앞이 깜깜하다.
나 너무 힘들어. 인생이 뭐 이래? 나 이렇게 살려고 미국 온 거 아니잖아?? 누가 내 인생 보상해 줄거야??? 그렇다고 넋 놓고 세월을 보낼 수 없다. 정신 차려라. 너가 정신차리지 않으면 모두가 죽는다. 이 험한 미국 땅에서 살아내기 위해 이렇게 허무하게 발버둥 치면서 내 인생을 마무리 할 순 없다. 정신 차려라. 애들 생각 하기 전에 너를 가장 먼저 생각해라. 엄마가 쓰러지면 모두를 잃는다.
자! 쓸데없는 내 말 잘 들어보시라. 살아보니, 나이 먹어보니 참 인생 허무하더라. 모든 사건 사고, 사람 죽고 사는 일이 딱 내 맘 하나, 내 결정 하나, 내가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더라. 죽일 놈 살릴 놈 수십 억대 이혼 소송을 하려고 할 때, 딱 다르게 생각해 보니 상황이 또 반전되더라는 말이다. 감정적으로 집 뛰쳐나와 혹은 즉흥적으로 남편놈 내쫓고 나니 덩그러니 남겨진 내 자존심 따위가 그리 행복하지만은 않더라는 말이다. 조금만 더 객관적이 되자. 조금만 더 냉정해 지자. 조금만 더 나의 이익이 뭔지 아이를 위한 일이 뭔지 이렇게 사는 게 맞는 것인지 현명하게 판단해 보자.
그리고 결정이 딱 서면 그 때 돌격해도 늦지 않는다.
에너지를 아껴라,
아직까지 그대들은 살아 내야 할 날들이 더 많기 때문이다.
나이 먹어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
자신을 위해,
너 스스로가 살아내기 위해,
조금만 더 이기적인 판단을 해야 때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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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황혼 이혼이 느는 이유가 때를 기다린 결과라고 봅니다. 부부생활 25년이 지나 이혼하면 황혼 이혼에 들어가고, 재산도 반, 연금도 반으로 나누는 기점입니다.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아이들이 성년이 되는 시기입니다.
미국은 모르겠고, 한국은 황혼 이혼이 전체 이혼의 반에 가깝다고 해요.
아이들은 싸우는 부모라도 같이 있기를 원한다고 합니다. 여자들은 경제적 이유도 큽니다, 또 하나는 정신적 독립도 두렵겠지요.
저도 아이들 성년이 되고 나서 이제 엄마 필요없지 않냐고 물었어요. 둘 다 그립기야 하겠지만, 사는데는 별 지장이 없다고...
노년이 다가오며 돌연사나 사고사, 질병등이 많아지며 물었던 질문입니다.
부부도 혼자서의 정신적 독립도 필요하다는 조언도 많고, 결국 자신의 삶은 자신이 책임지는 것이 맞는 것 같아요~~
원글입니다. 댓글 감사합니다.
저 역시 웬만하면 참고 살자는 주의였습니다. 이혼해보니 별거 없더라는, 그놈이 다 그놈이더라는 진실을 나이들어 깨닫게 된 것이지요.
심각한 결격사유가 없는 한 너무 쉽게 결정하기 보다는 조금 신중해보면 어떨까 하구요.
참을성 없어진 요즘 세대가 걱정되기도 합니다. 확실히 꼰대가 되버렸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 세대처럼 여자가 혹은 남자가 무조건 이혼을 두려워 할 일도 아니라고 봅니다.
님께서 딱 맞게 짚어주셨습니다.
아무리 부부라도 정신적 독립이 필요하고,
자신의 삶은 자신이 책임질때 인생이 더 풍요로워지는 것 같습니다.
언제나 좋은 말씀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인내를 가져야 하는 것은 맞는 말이에요. 살면서 오르막 내리막도 있고, 부모 자식도 뜻이 안 맞은데, 남남인 부부는 더 심하겠지요.
법륜스님이 늘 하시는 말씀이 아이20살까지는 참으라고, 이것도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외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들이 결핍이 많더라구요.
정서적 이혼도 공감하는 내용이고, 아이들도 의지하는 부모 싫어합니다, 경제적이든 감정적이든 ~~
서울대생 설문 조사에서, 부모가 몇 살까지 살면 좋겠냐는 질문에 "65"세라는 답변ㅎㅎ 웃었지만 참 그렇죠!!!
정말 서울대생들이 그런 대답을 했다구요?? 역시 공부만 잘했지 애기는 애기네요 ㅎㅎ
(몇번 말씀드렸지만 저도 어릴때 사람은 특히 여자는 40 넘으면....... 이하 생략)
아무튼 외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들이 결핍이 많은게 사실입니다.
저도 이릴적 부터 아버지가 없었거든요. 하지만 결코 아쉬워 한 적은 단 한 순간도 없었답니다.
지팔지꼰=>이것이 세기의 명언이 아닌가 해요 ㅎㅎ
지 팔자 지가 잘 알아서 사는 것 같아요^^
행복한 휴일 보내시길 바랍니다!!!
요즘 한국세태입니다, 서울대 생 뿐만 아니라요ㅎㅎ 긴 휴일 잘 보내세요~